전화를 받으면 첫 마디가 이것인 경우가 있습니다. 수수료가 몇 퍼센트냐. 답을 들으면 통화는 대체로 거기서 끝납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낮은 쪽이 유리해 보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 숫자는 혼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정보입니다. 무엇에 대한 몇 퍼센트인지가 함께 정해져야 비로소 금액이 되기 때문입니다.
보수는 어떻게 정해지나
이 질문을 전화로 받으면 저희도 숫자 하나로 답을 드리지 못합니다. 답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떨어지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디에 고시된 표가 있어 거기에 맞춰 청구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손해사정사 보수에 법으로 정해진 요율표가 없다는 말은 이런 뜻입니다. 기준이 사무소와 사안 쪽에 놓여 있어, 보수는 사안에 따라 다르기는 합니다. 통상 지급 보험금의 일정 비율로 약정하되, 그 비율은 사건의 난이도와 예상되는 업무량을 보고 정해집니다. 다만 저희는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수료만 받습니다.
난이도와 업무량이라는 말도 상담 자리에서는 잘 와닿지 않습니다. 서류 몇 장으로 정리가 끝나는 사안이 있는가 하면, 의무기록을 새로 떼고 병원을 한 번 더 다녀와야 산정이 시작되는 사안이 있습니다. 들어가는 일의 양이 다르니 같은 비율이 모든 사안에 붙을 수는 없습니다. (저희도 상담에서 이 대목을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씁니다.)
그래서 비율을 들어도 실제로 나갈 금액은 좀처럼 그려지지 않습니다. 같은 숫자라도 무엇을 기준 금액으로 잡느냐에 따라 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확인해야 할 것은 비율의 앞자리가 아닙니다. 그 비율이 무엇에 붙는 숫자인지, 그리고 그 내용이 서면에 남아 있는지입니다. 말은 사람마다 기억이 다르게 남지만, 문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문제입니다
보수 이야기는 대개 상담이 끝나갈 무렵에 짧게 오갑니다. 나중에 가장 정확히 기억해야 할 조건이 하필 가장 급하게 지나가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뒤늦게 곤란해지시는 분들이 그 자리에서 짚지 못한 대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보수 기준을 구두로만 안내하는 경우 상담할 때는 분명히 들은 것 같은데, 나중에 확인하려고 보면 남아 있는 문서가 없는 경우입니다. 이미 다른 곳과 계약하고 오신 분들에게 저희가 가장 자주 전해 듣는 말이 “그때는 그런 얘기가 없었는데요”입니다. 기억은 양쪽이 다르게 하고, 그때는 대조할 근거가 없습니다.
2. 착수금 유무와 환불 조건이 불분명한 경우 착수금이 있는지 없는지는 대부분 물어보십니다. 정작 빠지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사건이 중간에 정리되거나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 그 돈이 어떻게 되는지, 조건이 문서에 적혀 있지 않으면 나중에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3. 실익이 없는데도 수임하는 경우 검토해도 달라질 여지가 크지 않은 사안인데 계약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경우입니다. (이게 가장 아프게 남는 유형입니다.) 의뢰인은 보수를 들이고도 손에 남는 것이 줄어드는데, 정작 그 판단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약정 내용이 문서로 남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같은 항목이 이렇게 갈립니다.
| 확인 항목 | 서면 약정이 없을 때 | 서면 약정이 있을 때 |
|---|---|---|
| 보수 산정 방식 | 정액인지 비율인지 불분명 | 기준 금액과 비율이 문서에 명시 |
| 착수금 | 유무·환불 조건이 말로만 | 조건이 서면에 남음 |
| 실익 없는 사안 | 그대로 수임되는 경우 있음 | 수임 여부를 먼저 판단 |
표의 오른쪽으로 옮겨가는 데 드는 것은 종이 한 장입니다. 다만 그 한 장에 무엇이 적혀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적어달라는 요청에 난색을 보이는 곳이라면, 그 반응 자체가 답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대응합니다
저희 상담은 보수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순서가 반대입니다. 진단서와 보험사 산정 내역을 먼저 펼쳐 놓고, 지금 상태에서 검토로 달라질 여지가 있는 사안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이때 보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제시된 금액이 어떤 기준으로 산정된 것인지, 빠진 항목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자료를 실제로 갖출 수 있는지입니다. 이 셋이 정리되기 전에는 보수를 말씀드릴 근거가 없습니다.
달라질 여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그 자리에서 그렇게 말씀드립니다. 상담이 “지금 조건이면 굳이 맡기실 일이 아닙니다”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희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결론입니다. 그렇지만 실익이 없는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의뢰인의 돈으로 저희 매출을 만드는 일입니다.
수임하기로 정해지면 보수 기준은 문서로 안내드립니다. 무엇을 기준 금액으로 하는지, 비율이 얼마인지를 계약 전에 눈으로 보시게 됩니다. 계약금·착수금은 받지 않습니다. 진행하는 도중에 말이 달라지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은 고집스럽게 지킵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반복됩니다
수수료를 비교해 보고 오셨다는 분들의 메모는 대체로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사무소 이름 옆에 퍼센트 숫자만 적혀 있습니다. 어디가 몇 퍼센트인지는 정리돼 있는데, 그 퍼센트가 무엇에 붙는 숫자인지, 착수금이 있는지, 중간에 정리되면 그 돈이 어떻게 되는지는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낮은 숫자를 고르고, 나머지는 계약한 뒤에 확인하게 됩니다. 기준 금액이 생각하던 것과 다르거나, 착수금 환불 조건이 말로 들은 것과 다르게 정리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계약서를 다시 펼쳐도 그 항목이 아예 없으면 대조할 근거조차 없습니다.
그 메모에 실익 항목은 애초에 없습니다. 지금 사안이 손해사정으로 달라질 여지가 있는 사안인지는 어느 곳에도 물어보지 않은 채, 어디에 맡길지부터 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사안에 같은 비율이라도, 기준 금액과 착수금 조건이 문서에 적혀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실제로 부담하게 될 보수를 계약 전에 알 수 있느냐가 갈립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특정 사례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형으로 설명드렸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한 번쯤 확인해보세요
- 보수를 비율로만 안내받고 기준 금액이 무엇인지 듣지 못했다
- 착수금이 있는지, 있다면 환불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 손해사정으로 달라질 것이 없을 때 어떻게 되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
- 약정 내용을 서면으로 받지 못했다
- 변호사 비용과 무엇이 다른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 지금 사안에 손해사정이 실익이 있는지부터 모르겠다
이 중 하나라도 걸린다면, 약정서에 이름을 적기 전에 그 항목부터 문서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미 계약하신 뒤라도 늦지 않습니다. 무엇이 적혀 있고 어느 칸이 비어 있는지는 지금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수수료에서 물어야 할 것은 비율이 아닙니다. 그 비율이 무엇에 붙는 숫자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디에 적혀 있는지입니다.
서면으로 남긴 것은 계약하는 날 하루만 쓰이지 않습니다. 사건이 길어지면 처음 들은 설명과 지금 진행이 맞는지 대조할 곳이 필요하고, 중간에 사정이 바뀌어 정리하게 되더라도 그때 무엇이 어떻게 되는지가 그 종이에 적혀 있습니다. 확인은 계약 전에 하지만, 정작 쓰이는 것은 그 뒤입니다.
다치신 분에게 필요한 일은 저희가 빠짐없이 챙깁니다. 기준 금액과 비율을 계약 전에 문서로 보여드리는 일도, 실익이 없으면 없다고 말씀드리는 일도 끝까지 처리합니다. 저희 손이 닿지 않는 곳은 단 하나, 보험사가 끝내 지급을 거부하는 순간뿐입니다. 그 마지막 벽 앞까지, 받으셔야 할 것을 받으시도록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