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로 처리되고 급여가 나오면 사건이 정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산재 급여는 손해의 일부만 보전합니다. 위자료는 산재에 없는 항목이고 휴업급여는 평균임금의 70%입니다. 남은 손해를 사업주에게 청구할 때, 본인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계산 순서 하나로 받을 금액이 달라집니다.
순서가 왜 문제가 되나요
두 가지를 해야 합니다. 이미 받은 산재 급여를 빼는 것(공제)과, 본인 과실만큼 줄이는 것(과실상계)입니다. 어느 것을 먼저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 공제 후 과실상계: 손해액에서 급여를 먼저 빼고, 남은 금액에 과실비율을 적용
- 과실상계 후 공제: 손해액에 과실비율을 먼저 적용하고, 거기서 급여를 뺌
같은 숫자를 넣어도 앞의 방식이 재해근로자에게 유리합니다. 뒤의 방식은 이미 받은 급여에서까지 과실만큼을 다시 빼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정한 순서
대법원 2025년 6월 26일 선고 2023다297141 판결입니다.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근거는 이렇습니다.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가운데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위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업주의 손해배상책임이 공단이 지급한 급여 전액만큼 당연히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3자가 없는 사고에도 같습니다. 사업주의 불법행위만으로 재해가 났고 거기에 근로자의 과실이 함께 있는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법리는 2022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자리를 잡았고, 이번 판결이 제3자가 없는 경우까지 같은 방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산재 사건에서 계산 순서를 두고 다툴 여지가 그만큼 줄었습니다.
그라인더 날에 손목을 다친 사건
건설회사에 고용된 근로자가 공사 현장에서 그라인더로 합판을 자르던 중 날이 튀어 손목을 다쳤습니다. 좌측 전완 다발성 심부열상 등의 상해였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장해급여 5,42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그 뒤 근로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남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일실수입 부분을 잘못 산정했다고 보아 그 부분을 파기하고 돌려보냈습니다. 다투어진 금액은 820만원이었습니다.
주목하실 것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다툼의 내용입니다. 손해액을 새로 계산한 것도, 과실비율을 다시 정한 것도 아닙니다. 같은 숫자를 어느 순서로 계산할 것인가만 문제 된 사건이었습니다.
여기서 확인할 세 가지
1. 같은 성질의 손해끼리 공제합니다 장해급여는 일실수입에 대응하고, 요양급여는 치료비에 대응합니다. 성질이 다른 항목끼리는 공제되지 않습니다. 위자료는 산재에 없는 항목이라 공제 대상이 아닙니다.
2. 순서를 바꿔 계산한 내역이 올 수 있습니다 계산 순서는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총액만 보면 어느 순서로 계산됐는지 구분되지 않으므로, 산정 과정을 나눠 받아 확인해야 합니다.
3. 과실이 있어도 청구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본인 과실이 있다고 남은 손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순서를 바르게 적용하면 남는 금액이 있습니다.
| 확인 항목 | 순서를 확인하지 않았을 때 | 확인했을 때 |
|---|---|---|
| 계산 순서 | 총액만 보고 판단 | 공제와 상계의 순서를 확인 |
| 공제 대상 | 급여 전액을 뺀 것으로 봄 | 같은 성질의 항목끼리 대응 |
| 위자료 | 함께 공제된 줄 앎 | 공제 대상이 아님을 확인 |
산재 급여 내역과 손해 항목을 맞춰 봅니다
저희 몫은 산재 급여를 넘어서는 손해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산정해 자료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장해등급 결정이나 산재 급여 청구 절차 자체는 노무사의 영역이라 저희가 취급하지 않습니다.
먼저 지급된 급여 내역을 항목별로 정리합니다. 요양급여와 휴업급여, 장해급여가 각각 얼마인지 확인해 대응하는 손해 항목 옆에 놓습니다.
그다음 전체 손해액을 산정합니다. 위자료처럼 산재에 없는 항목과 휴업급여 70% 바깥의 차액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마지막으로 계산 순서를 확인합니다. 공제가 먼저인지 상계가 먼저인지, 성질이 다른 항목끼리 공제되지는 않았는지를 봅니다. 사업주의 과실 여부를 다투는 국면으로 넘어가면 변호사와 함께 검토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총액만 듣고 정리하는 경우
상담에서 자주 보는 유형입니다. 산재 급여를 받았으니 남은 것이 없다고 듣고 정리하십니다. 계산 순서는커녕 어떤 항목이 대응되는지도 안내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본인 과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도 반복됩니다. 과실이 있으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특정 사례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형으로 설명드렸습니다.)
남은 손해를 확인하실 때 보실 것들
- 산재 급여를 받았으니 끝났다고 들었다
- 지급된 급여가 항목별로 얼마인지 정리해 본 적이 없다
- 위자료가 산재에 없는 항목이라는 것을 몰랐다
- 본인 과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청구를 포기했다
- 남은 손해를 계산한 내역에서 공제와 상계의 순서를 확인하지 않았다
- 회사가 근재보험에 들어 있는지 확인해 본 적이 없다
해당되는 사유가 있다면 급여 내역과 손해 항목을 나란히 놓고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산재 승인은 절차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남은 손해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순서로 계산되는지에 따라 손에 남는 금액이 달라집니다. 같은 사고, 같은 급여, 같은 과실비율인데도 순서 하나로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대법원이 확인했습니다.
다치신 분에게 필요한 일은 저희가 빠짐없이 챙깁니다. 진단서와 의무기록, 보험사 산정 내역을 약관 기준과 대조하는 일도, 부족한 자료가 무엇인지 안내하는 일도, 유리한 판례와 분쟁조정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는 일도, 제3병원 자문과 법률자문이 필요한지 검토하는 일도 끝까지 처리합니다. 저희 손이 닿지 않는 곳은 단 하나, 보험사가 끝내 지급을 거부하는 순간뿐입니다. 그 마지막 벽 앞까지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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