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경위를 듣고 나면 과실비율 이야기가 먼저 나옵니다. 피해자 쪽 과실이 크다는 말을 들으면 청구를 포기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내 잘못이 더 크니 받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치료비만큼은 다르게 정해져 있습니다.
대법원이 확인한 것
대법원 2025년 5월 15일 선고 2022다235009 판결입니다.
교통사고 피해자로서는 교통사고의 발생에 기여한 자신의 과실의 유무나 다과에 불구하고 단서 규정에 따른 진료비 해당액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의한 책임보험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단서 규정이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2호의 단서를 말합니다. 피해자에게 생긴 손해액이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으로 산출한 진료비에 못 미치는 경우, 정해진 한도 안에서 그 진료비 해당액을 책임보험금으로 지급하도록 한 규정입니다.
취지는 치료 보장입니다. 과실을 따져 손해액을 깎고 나면 치료비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 경우에도 진료비만큼은 손해액으로 보아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피해자 과실이 70%였던 사건
자전거를 탄 피해자가 보행자 신호가 바뀌기 직전에 횡단보도에 진입했다가 택시에 부딪혀 견갑골 다발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피해자 과실 70%, 가해자 책임 30%**로 판단된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 중 공단부담금을 병원에 지급했습니다. 이후 공단이 택시 공제조합을 상대로 그 금액을 청구한 것이 이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공단이 대위할 수 있는 범위를 나눠 판단했습니다. 원래 가해자가 부담할 손해배상액 부분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만 대위할 수 있고, 피해자 과실과 관계없이 단서 규정에 따라 늘어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전액을 대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판단에는 앞선 법리가 깔려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단이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뒤 가해자에 대한 기왕치료비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할 때, 공단이 부담한 금액 전액이 아니라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만 대위할 수 있다고 보아 왔습니다. 나머지, 즉 피해자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보험급여를 받고도 손해를 다 메우지 못한 피해자를 위해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세 가지
1. 모든 손해가 과실과 무관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비 보장은 의무보험인 대인배상Ⅰ 한도 안의 이야기입니다. 위자료와 휴업손해, 상실수익액을 포함한 전체 손해액은 여전히 과실비율만큼 상계합니다.
2. 한도가 있습니다 자동차보험 약관은 대인배상Ⅰ의 부상보험금을 부상 등급별 한도 안에서 실제 손해액으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해당 등급의 한도는 500만원이었습니다.
3. 공단이 부담한 몫은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돈이 아닙니다 이 판결은 공단과 보험사 사이의 정산 범위를 다룬 것입니다. 다만 그 전제로 피해자가 과실과 무관하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 피해자 쪽에서도 알아둘 가치가 있습니다.
| 확인 항목 | 과실이 크다고 접었을 때 | 확인하고 진행했을 때 |
|---|---|---|
| 치료비 | 과실만큼 깎인다고 생각 | 의무보험 한도 안에서 진료비 청구 |
| 나머지 손해 | 청구 자체를 안 함 | 상계 후 남는 금액을 확인 |
| 과실비율 | 통보받은 대로 | 근거를 확인하고 대조 |
과실비율부터 확인합니다
저희는 과실이 크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접지 않습니다. 먼저 적용된 과실비율의 근거를 확인합니다. 어느 사고유형으로 본 것인지, 그 유형이 실제 경위와 맞는지 블랙박스 영상과 현장 자료로 대조합니다.
그다음 손해 항목을 나눠 봅니다. 치료비는 의무보험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나머지 항목은 상계 후 얼마가 남는지를 따로 계산합니다. 두 계산이 다른 규칙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후유장해가 남을 상태인지도 함께 봅니다. 과실이 크더라도 상실수익액과 후유장해 위자료는 상계 후에도 남는 금액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상실수익액은 소득과 노동능력상실률과 기간을 곱해 산정하므로, 원래 금액이 크면 상계 후에도 적지 않게 남습니다.
의무보험에는 하한도 있습니다. 약관은 상계 후 금액이 치료관계비와 간병비 합산액에 못 미치면 그 금액을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과실이 커서 계산상 남는 것이 거의 없는 경우일수록 이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과실이 크다는 말을 듣고 청구하지 않는 경우
상담에서 자주 보는 유형입니다. 보험사나 주변에서 “과실이 커서 받을 게 없다”는 말을 듣고 청구를 정리하십니다. 그런데 치료비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나머지 항목에서 상계 후 얼마가 남는지는 계산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아 본인 부담이 적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치료비 자체보다 나머지 손해 항목이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해집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특정 사례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형으로 설명드렸습니다.)
과실이 크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확인해보실 것들
- 적용된 과실비율의 근거를 설명 듣지 못했다
- 블랙박스 영상이 있는데 반영됐는지 모른다
- 과실이 커서 받을 것이 없다는 말을 듣고 청구를 포기했다
- 치료비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안내받지 못했다
- 후유장해가 남을 수 있는데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 상계 후 남는 금액이 치료관계비와 간병비 합산액에 못 미치는데 하한 규정을 듣지 못했다
해당되는 사유가 있다면 과실비율의 근거와 손해 항목을 나눠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과실이 크다는 말은 청구가 끝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치료비는 다른 규칙으로 정해지고, 나머지 항목은 상계 후에 무엇이 남는지 계산해 봐야 압니다.
다치신 분에게 필요한 일은 저희가 빠짐없이 챙깁니다. 진단서와 의무기록, 보험사 산정 내역을 약관 기준과 대조하는 일도, 부족한 자료가 무엇인지 안내하는 일도, 유리한 판례와 분쟁조정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는 일도, 제3병원 자문과 법률자문이 필요한지 검토하는 일도 끝까지 처리합니다. 저희 손이 닿지 않는 곳은 단 하나, 보험사가 끝내 지급을 거부하는 순간뿐입니다. 그 마지막 벽 앞까지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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