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에 도장을 찍고 며칠이 지나서야 알아차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목이 여전히 끝까지 돌아가지 않고, 아침마다 손이 저리고,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제야 보험사에 다시 연락을 드려도 돌아오는 답은 대체로 같습니다. 이미 지급동의서에 서명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보험사 제시액은 왜 낮게 나올까
보험사는 약관과 내부 지급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산정합니다. 이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법원에서 인정되는 손해액 산정 방식과는 계산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특히 위자료, 휴업손해, 향후치료비 세 항목에서 차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셋은 영수증처럼 금액이 딱 떨어지는 항목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치료비는 병원이 청구한 만큼 정리되지만, 일을 쉰 기간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 앞으로 들어갈 치료를 얼마로 잡을 것인지에는 판단이 들어갑니다. 판단이 들어가는 자리에서 격차가 생깁니다.
물론 모든 제시액이 낮은 것은 아닙니다. 부상이 경미하고 후유장해가 남을 가능성이 없다면 제시액이 적정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에서 “그냥 받으셔도 됩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보험사가 제시하는 금액은 대개 총액 하나로 전달됩니다. 그 총액은 치료비와 휴업손해, 위자료, 향후치료비를 각각 계산해 더한 결과입니다. 총액만 듣고는 어느 항목이 얼마로 잡혔는지, 애초에 계산에 들어가기는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문제입니다
서명을 후회하시는 분들의 사정은 대체로 아래 셋 중 하나에 걸려 있습니다.
1. 치료가 끝나지 않았는데 서명하는 경우 아직 통증이 남아 있는데도 서류부터 정리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지급동의서(면책동의서)는 “이 금액을 받고 이 사고에 대한 청구를 마무리한다”는 문서입니다. 서명한 뒤에 증상이 악화되어도 추가 청구는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2. 후유장해 평가를 받지 않고 서명하는 경우 장해가 인정되면 보상금의 구조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장해로 남을 상태인지 아닌지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본인이 판단하기 정말 어렵습니다.) 평가부터 받아보지 않고 도장을 찍는 것, 저희가 상담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후회가 바로 여기입니다.
3. 손해 항목이 빠진 채 서명하는 경우 제시 내역에 휴업손해가 들어 있는지, 간병비가 잡혀 있는지, 향후치료비가 계산됐는지 확인하지 않고 총액만 보는 경우입니다. 총액은 커 보이는데 항목을 펼쳐보면 비어 있는 칸이 있습니다. 그 빈칸은 서명과 동시에 그대로 닫힙니다.
서명 전에 한 번이라도 뜯어보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이렇게 갈립니다.
| 구분 | 서명 전 검토 없이 | 서명 전 검토 후 |
|---|---|---|
| 치료 종결 여부 | 증상이 남은 상태에서 마무리 | 증상 고정 시점을 확인하고 진행 |
| 후유장해 | 평가 없이 제외 | 평가 결과를 산정에 반영 |
| 손해 항목 | 휴업손해·향후치료비 누락 가능 | 항목별로 빠짐없이 확인 |
| 이후 청구 | 원칙적으로 어려움 | 근거를 갖춘 상태에서 결정 |
왼쪽 열에서 오른쪽 열로 넘어가는 데 특별한 절차가 드는 것은 아닙니다. 서명하기 전에 제시 내역을 한 번 펼쳐보면 됩니다. 문제는 그 한 번을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대응합니다
저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서류를 한자리에 모으는 것입니다. 진단서와 의무기록, 그리고 보험사가 보낸 산정 내역을 함께 놓고 봅니다. 내역에 적힌 금액이 어떤 기준으로 계산된 것인지를 약관 기준과 하나하나 대조합니다.
그다음은 빠진 항목을 찾는 일입니다. 휴업손해가 실제 쉰 기간만큼 반영됐는지, 향후치료비가 계산에 들어갔는지, 간병이 필요했던 기간이 인정됐는지를 항목별로 확인합니다. 빠진 것이 있으면 그것을 뒷받침할 자료가 무엇인지,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를 안내드립니다.
정작 시간이 걸리는 지점은 그다음입니다. 치료가 끝나지 않았다면 증상이 고정되는 시점까지 기다려야 하고, 장해가 의심되면 평가부터 받아야 합니다. 서류를 다시 떼고 병원을 한 번 더 다녀오는 동안 몇 주가 더 갑니다.
번거로운 과정입니다. 그렇지만 서명 전 이 확인 하나가 결과를 가릅니다.
저희가 드리는 것은 지금 서명해도 되는 상태인지 판단할 근거이지, 덮어놓고 서명을 미루시라는 권유가 아닙니다. 어느 항목이 얼마로 잡혔고 어느 칸이 비어 있는지가 한 장에 정리되면, 결정은 다치신 분이 직접 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반복됩니다
제시액을 받아 든 뒤의 장면은 대체로 두 갈래로 갈립니다.
한쪽은 사고 직후에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생각해 치료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보험사가 안내한 금액에 서명한 뒤, 몇 달이 지나 증상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입니다. 치료를 접은 이유가 통증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이만하면 더 나빠질 일은 없겠다고 스스로 판단해서였던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제야 제시 내역을 다시 꺼내 보면 휴업손해나 향후치료비 칸이 비어 있곤 합니다.
다른 한쪽은 서명 전에 서류를 들고 오시는 분들입니다. 이때는 치료가 어느 단계인지, 장해 평가를 받아볼 시점인지, 제시 내역에서 빠진 항목이 무엇인지가 먼저 정리되고, 비어 있던 칸을 채울 근거가 나오면 총액도 다시 계산됩니다. 같은 사고, 같은 부상인데도 근거가 갖춰졌느냐 아니냐에 따라 산정에 들어가는 항목 자체가 달라집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특정 사례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형으로 설명드렸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한 번쯤 확인해보세요
- 보험사에서 제시액을 안내받았는데 산정 근거를 설명 듣지 못했다
- 아직 치료 중인데 이제 마무리하자는 연락을 받고 있다
- 후유장해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 휴업손해나 향후치료비가 제시 내역에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 지급동의서라는 서류를 받았는데 무슨 문서인지 정확히 모른다
- 입원해 있는 동안 가족이 간병했는데 그 부분이 반영됐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 사고 후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서명하시기 전에 제시 내역이 어떤 기준으로 산정된 것인지 한 번쯤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마치며
지급동의서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도장을 찍는 순간이 아닙니다. 찍기 전에 한 번 뜯어보았느냐입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이렇습니다. 먼저 진단서와 의무기록, 보험사 산정 내역을 약관 기준과 하나하나 대조해 무엇이 빠졌는지 찾습니다. 부족한 자료가 있으면 어떤 서류를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안내합니다. 필요하면 비슷한 사안의 판례나 분쟁조정사례를 찾아 근거로 제시하고, 사안에 따라 제3병원 자문이나 법률자문 검토까지 함께 살핍니다.
다치신 분에게 필요한 일은 저희가 빠짐없이 챙깁니다. 제시 내역을 항목별로 뜯어보는 일도, 빠진 손해를 찾아내는 일도 끝까지 처리합니다. 저희 손이 닿지 않는 곳은 단 하나, 보험사가 끝내 지급을 거부하는 순간뿐입니다. 그 마지막 벽 앞까지, 받으셔야 할 것을 받으시도록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