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끝나고 보험금을 청구했더니 보험사에서 의료자문 동의서를 보내옵니다. 자문을 받아봐야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 함께 옵니다. 여기서 대부분 서명해서 보냅니다. 절차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료자문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고,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어느 쪽인지 모른 채 서명하거나 거절하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의료자문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보험사 자체 의료자문입니다. 보험사가 자문의를 정해 자문료를 지급하고, 보험사가 자료를 보내 결과를 받습니다. 피보험자는 이 과정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약관에 근거한 절차가 아니므로 응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제3병원 의료자문입니다. 약관에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보험수익자와 회사가 제3조(보험금의 지급사유)의 보험금 지급사유에 대해 합의하지 못할 때는 보험수익자와 회사가 함께 제3자를 정하고 그 제3자의 의견에 따를 수 있습니다. 제3자는 의료법 제3조(의료기관)에 규정한 종합병원 소속 전문의 중에 정하며, 보험금 지급사유 판정에 드는 의료비용은 회사가 전액 부담합니다.
자문할 전문의를 양측이 함께 정합니다. 종합병원 소속 전문의여야 하고, 비용은 회사가 전액 부담합니다. 약관은 관련 법규까지 붙여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추고 진료과목마다 전속 전문의를 둔 병원을 종합병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 구분 | 자체 의료자문 | 제3병원 의료자문 |
|---|---|---|
| 근거 | 약관 조항 없음 | 약관에 정해진 절차 |
| 자문의 선정 | 보험사가 정함 | 양측이 함께 정함 |
| 자문료 | 보험사가 자문의에게 지급 | 회사가 전액 부담 |
| 자료와 질문 | 보험사가 정해 보냄 | 피보험자와 함께 정함 |
| 응하지 않으면 | 불이익 없음 | 지급 판단이 미뤄질 수 있음 |
자체 자문에서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자체 자문에 응하기로 하셨다면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피보험자가 관여하지 않는 절차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1. 자문에 필요한 자료가 모두 제출되었는지 자료를 보험사가 정리해 넘기면, 자기 쪽 판단에 부합하는 자료 위주로 추려서 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치료 경과가 담긴 기록이 빠지거나, 영상 자료가 일부만 넘어가는 식입니다. 자문의는 받은 자료 안에서만 판단합니다. 한쪽에 유리한 자료만 넘어가면 결론도 그쪽으로 나옵니다.
2. 자문 질문이 합당하게 작성되었는지 자문 의뢰서에는 질문이 적혀 있습니다. 이 질문이 약관 내용, 환자의 실제 증상, 치료 병원의 진단과 소견에 부합하지 않게 작성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문의는 좁혀진 범위 안에서만 답을 쓰게 됩니다. 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물음이 이미 답을 좁혀 놓은 것입니다.
3. 추가되어야 할 질문은 없는지 자문의가 치료 병원의 진단을 뒤집는 의견을 낼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뇌경색으로 진단받았는데 뇌경색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더 있어야 합니다. 그 판단대로라면 앞으로 예상되는 후유증과 예후 관리는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진단을 부정하는 의견이라면, 그 판단에 따르는 책임까지 함께 물어야 합니다.
제3병원 자문은 대응이 다릅니다
제3병원 자문은 거절을 먼저 검토할 절차가 아닙니다. 약관에 정해진 절차라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보험사가 지급 판단을 미룰 수 있습니다. 약관은 지급이 지연될 때 이자를 더하도록 하면서도, 피보험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지연된 기간에는 이자를 더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신 이 절차에는 자체 자문에 없는 것이 있습니다. 자문할 전문의를 양측이 함께 정하고, 넘어갈 자료와 질문 내용도 함께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야 할 일은 거절이 아니라 참여입니다.
저희는 어느 종합병원의 어느 과 전문의로 할지부터 함께 정합니다. 그다음 넘어갈 자료 목록을 확인해 빠진 의무기록과 영상자료를 채웁니다. 질문 내용도 확인해 약관 문언과 진단 내용에 맞게 세워져 있는지 보고, 필요한 물음을 더합니다.
자문 결과가 나온 뒤에도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자문 의견을 약관 기준과 의무기록에 다시 대조하고, 결론이 자료와 맞지 않으면 그 지점을 짚어 의견을 제출합니다.
자문 대신 측정 자료로 정리된 사건
갈비뼈가 여러 대 부러진 뒤 변형이 남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치료 병원에서 장해 평가가 어렵다는 답을 받았고, 후유장해진단서를 갖춰 청구하자 보험사도 측정이 어렵다며 자문 감정을 제안했습니다.
저희는 자문으로 넘기는 대신 CT 영상에서 좌우를 대조해 변형 각도를 직접 측정했습니다. 측정 자료와 지급 근거를 손해사정서에 담아 제출했고, 보험사는 이를 검토한 뒤 별도의 감정 절차 없이 지급을 결정했습니다.
자문이 제안되는 상황은 대개 판단할 자료가 모자란 상황입니다. 모자란 자료를 채우면 자문 없이 정리되기도 합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은 덜어내고 정리했습니다.)
동의서를 받으신 뒤 확인해보실 것들
- 받은 동의서가 자체 자문인지 제3병원 자문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 어떤 자료가 넘어가는지 안내받지 못했다
- 자문 의뢰서에 어떤 질문이 적혀 있는지 본 적이 없다
- 제3병원 자문인데 자문의를 보험사가 혼자 정했다
- 자문 결과가 치료 병원의 진단과 다르게 나왔다
- 자문 결과를 근거로 지급이 거절되었거나 금액이 줄었다
해당되는 사유가 있다면 어느 자문인지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체 자문이라면 응할지 말지가 선택이고, 제3병원 자문이라면 어떻게 참여할지가 문제입니다.
마치며
의료자문에서 먼저 가려야 할 것은 응할지 말지가 아닙니다. 둘 중 어느 자문인가입니다. 자체 자문은 응하지 않아도 되지만, 제3병원 자문은 응하되 자문의와 자료와 질문을 함께 정하는 절차입니다.
다치신 분에게 필요한 일은 저희가 빠짐없이 챙깁니다. 진단서와 의무기록, 보험사 산정 내역을 약관 기준과 대조하는 일도, 부족한 자료가 무엇인지 안내하는 일도, 유리한 판례와 분쟁조정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는 일도, 제3병원 자문과 법률자문이 필요한지 검토하는 일도 끝까지 처리합니다. 저희 손이 닿지 않는 곳은 단 하나, 보험사가 끝내 지급을 거부하는 순간뿐입니다. 그 마지막 벽 앞까지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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